그런 순간이 있다.

 

예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나

공감할 수 없었던 상대방의 감정을

문득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순간.

 

, 그게 이런 일이었구나.

, 그게 이런 느낌이었겠구나.


나는 예전에 이별을 쉽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조금 힘이 들면 어김없이,

"어쩌면 우린 아닌 것 같아."

"우린 오래 만나진 못할 것 같아."

버릇처럼 쉽게 말하곤 했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그렇게 막상 이별이 찾아오면

나는 놀랐고 가슴 아파했고 무척이나 후회했다.


갑자기 찾아온 듯한 이별은 그 말을 계기로 걸어오고 있었음을

단숨에 사라진 듯한 감정은 그 말을 계기로 가라앉고 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면서 말이다.


다시 그런 실수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하지만 당신들의 느낌은 여전히 미지수였다.


늘 헤어지자고 말하는 건 내 쪽이었는데

오히려 왜 당신들이 더 쉽게 체념할 수 있는지

어떻게 당신들이 더 그렇게 차가울 수 있는지 말이다.


그런데 내가 당신들이 되니

비로소 당신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관두자는 그 말은

내뱉는 순간 듣는 이의 가슴에 작은 구멍을 낸다.


구멍은 혼자서 계속해서 커지다가

이내 다시 메울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진다.


그러면 적응의 동물인 인간은

그 구멍을 지닌 채 살아가는 것이

너무도 힘들어 포기해야 함을 알게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질식해버릴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쉽게 이별을 말해서는 안 된다.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면 더더욱 그렇다.


홧김에 내뱉은 그 말이 만든 구멍은

그 어떤 다른 말로도 되돌리기 힘들다.



Posted by 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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