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성, 성격, 사랑 ... 지나고 보면 알게 되는 것들]




살면서 겪게 되는 이런저런 일들이 과연 어떤 흔적으로 내게 남을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아직 어리다면 어리지만 너무 일찍 철들어 버렸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나는 생각한다. 바로 그런 점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인간을 완성시켜 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혹은 '완성되었다고 믿는' 인간은 그래서 쉬이 바뀌기 힘든 거라고. 어찌 되었건 딱 하나 분명한 건,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는 거다. 그 흔적들이 어떻게 나를 완성시켰고 그것이 별 것인지 별 것 아닌지에 대해.


본성으로 거듭난 사람의 성격은 그 사람의 인생을 좌우한다. 본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로는 가정 환경, 인간 관계, 사회 생활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 나는 '가정 환경'에 방점을 두고 싶다. 인간이 제 몸뚱아리 하나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유아기 시절부터 자신은 다 컸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결국 함께 하는 건 '가족'이다. 조금 더 어릴때는 '그게 다는 아닐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알겠다. '가정 환경'이란 요소가 한 인간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건 8할 이상은 작용한다는 것을. 어떤 가치관의 부모 아래에서, 어떤 유형의 형제자매들과 함께, 어떤 역할을 하며 자라왔는지에 따라 사람은 천차만별일 수 있다. (신기한 건 유난히 '한국 사람'들은 그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인데, 이 부분이 사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살아가며 하등 필요 없어 보이는 지문조차 사람마다 다를진데,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같을 수 있는지.)


앞서 말했듯, 인간의 성격은 '본성'의 문제이자 '가정 환경'으로부터 비롯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래서 의문이 든다. 이것을 어떻게 타인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말이다. '왜 당신은 나를 이해해주지 않아?' 라는 질문은 그래서 하릴없이 처량할 뿐이다. 이해해주길 바란 것이 애초에 잘못 되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이해받고 싶다는 것도 자기애에서 비롯된 욕심일 수 있다. 이 모든 이해 불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유일하게도 '사랑'이다. 온전한 배려와 이해, 그리고 희생만이 이 모든 본성과 가정 환경 혹은 그보다 힘이 셀지도 모르는 다른 요소들을 죄다 이겨가며 한 사람을 이해하고 싶다는 어마어마한 욕구를 낳는다. 그리고 이 역시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 그것이 '진짜'였는지 '가짜'였는지.


이와 관련하여 가장 불쌍한 경우는, 이런 불확실성을 이기기 위해 필요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나 그 필요성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경우다. 더 심한 경우는 아예 이런 문제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겠지만. 그래서 정답이 있냐고?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 인간은 자신만의 정답을 찾기 마련이며, 가장 비슷한 정답을 찾은 다른 인간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이다지도 쉬워 보이는, 그래서 심하게는 무책임해 보이는 결론이지만, 실상 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정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 무진장 어렵다는 걸. 그러니 만만하게 볼 것이 아니다. 우리는 부단히 '지나는' 연습을, 그것도 '잘' 지나는 연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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