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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아뇨, 이 책은 나를 위한거에요

느린위로 2013. 2. 23. 13:31




타인의 삶 (2013)

The Lives of Others 
9.3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출연
울리히 뮈헤, 세바스티안 코치, 마르티나 게덱, 울리히 터커, 토마스 디엠
정보
드라마, 스릴러 | 독일 | 137 분 | 201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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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7.5/10


2. 짚고 가기

.

 2006년에 독일에서 개봉하여 한국에서는 2007년 3월 22일에 개봉, 2013년 1월 17일에 재개봉한 영화.


타인의 삶을 도청하고, 끝내는 보호해주는 비즐러 역의 울리히 뮈헤는

이 영화로 독일 최고의 영화상인 독일 아카데미(롤라상)의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고 합니다.

그는 위암으로 2007년 사망하여 더이상은 스크린에서 얼굴을 볼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죠.


영화는 2006년 개봉 당해 독일 영화상에서 11개 부문에 걸쳐 수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 중 최우수 영화, 감독, 각본, 배우, 조연상 등 7개 부문에 걸친 수상 기록을 세웠습니다.


영화 대부분은 영화적 배경처럼 실제 동베를린에서 촬영되었고, 

영화에 등장하는 슈타지 건물 역시 실제 슈타지 본부로 쓰였던 건물이라고 하네요.


3. 영화 보기

영화의 마지막 엔딩씬이 주는 감동의 여운은 참 좋았지만,

보는 내내 조금은 독일인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도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룬 영화가 나오면

진실성 여부나 실제 사건의 참상 등이 논란이 되곤 하듯,

이 영화도 본국의 아픈 역사에 대해 색다른 시선으로 회고한다는 점에서

독일에서 큰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던 거죠.


영화는 주인공인 비밀 경찰 대위 비슬러의 시선을 통해

동독의 비인간적이고 억압적이었던 인권탄압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로 1986년, 동독 정부의 비밀 경찰 조직인 슈타지는

10만명의 직원과 20만명의 정보원을 통해 본국의 국민들을 철저히 감시했습니다.)


영화 속에서 극작가 드라이만은 사상성을 의심받으며

그의 연인 크리스타와 함께 슈타지의 감시의 대상이 됩니다.


감시는 그 어떠한 뚜렷한 증거도 찾지 못한 채 계속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드라이만과 크리스타의 삶에 감명을 받은 비즐러는 점점 인간적으로 변해가는데요.


슈타지의 사상성에 따라 타인을 '동지'와 '배신자'로만 정의내리던 그가

'아름다운 영혼을 위한 소나타'의 연주를 엿듣고 브레히트의 시집을 훔쳐 읽으며,

타인 역시 나와 같은 '인간'이자 '사람'으로 보는 법을 깨닫는다는 설정인 것이죠.


하지만, 약간의 의문이 듭니다. 이 설정은 얼마나 많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영화의 초반부, 잠도 재우지 않으며 고문을 하는 것이 너무 잔인하지 않냐는 학생의 질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그가, 배신자일지도 모르는 타인을 감시하며 인간적인 면모를 찾게 된다는 설정.


감시의 대상인 두 남녀가 자유로운 사상과 그 표현이 중시되는 예술가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비즐러가 가차없이 냉정하고 비인간적으로 대하던 다른 '배신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 점에서 감독의 의도과 설정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예술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어쩌면

인간 존재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 표현, 감상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여

자칫 삭막할 수 있는 삶의 스펙트럼을 풍족하게 만들어준다는 데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 아름다운 영혼들의 몸부림에서 비즐러는 잊어버린 자신의 인간성을 되찾은 것은 아닐까요?


조금은 지루할지도 모르는 전개가 이어지지만,

영화 속 아이디어와 엔딩씬이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주는

조용히, 오래 그 명성을 이어갈 웰메이드 영화라고 봅니다.


4. 참고 자료

http://www.youtube.com/watch?v=FppW5ml4vdw

타인의 삶 HD 영문 예고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