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위로의/일기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느린위로 2014. 6. 30. 23:39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딱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해보면 나는 설렌다. 그 시간 사이에 있을 1년, 3년, 5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일도 즐겁다. 누군가의 관여나 방해 없이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계획한다는 것. 가만 보니 나는 어릴 때부터 계획을 짜는 것을 참 좋아했다. 오죽하면 엄마는 "계획 그만 짜고 일단 뭐라도 시작하라"고 했겠느냐만, 아무렇게나 닥치는 대로 해결하는 것보다 계획에 맞춰 하나둘씩 무언가를 해내는 게 내게는 더 맞다.


그렇게 큰 미래를 계획하다 보면 자질구레한 일상의 사건들이 더는 나를 괴롭히지 못하는 것을 발견한다.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도 흐름 속의 인연에 맡기게 된다. 내 일 또는 내 사람이 될 것이라면 마치 운명처럼 내게 밀려올 것이다. 나는 온전히 그를 받아들일 준비를 착실히 하면 될 일이다. 왜 지금 가질 수 없느냐고 평소엔 잘 믿지도 않는 신에게 노여워할 필요가 없다.


위지안(于娟)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라는 책에는 이와 비슷한 맥락의 구절이 나온다.


운명은 내 맘대로 바꿀 수 없지만, 운명에 대한 나의 자세는 얼마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명문대 교수가 되어 인생의 정점에 섰던 그녀는 불현듯 말기 암이라는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삶 속에서 그녀가 담담한 어조로 풀어내는 글은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우리 모두가 한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와 동일 선상에 있는 구절들을 공유한다.


시간은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삶이라는 길에 도사리는 무수한 아픔과 고통을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로 받아들이는 순간, 시련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뚜렷한 신념이 있는 사람은 행운아다. 자신이 바라는 것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있다면, 누구도 그걸 말릴 수 없다.



오늘 당신이 살아갈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 만약 지금 누군가를 핑계로, 혹은 어떤 일이나 문제를 핑계로 미루고 있는 계획이나 포기해버린 꿈이 있다면 우리에게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도 나도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