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위로의/일기

I Love You: 난 너를 사랑해

느린위로 2013. 9. 17. 15:31


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냥 시간에 흘러가는데로 맡겨 두면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서.

아니 잊는다고 해도, 그 시간이 마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낮잠들처럼 길 것만 같아서.


그 과정 속에 나를 가장 괴롭히던 것은 

당신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한편으로는 잘 지냈으면 했으나, 많은 다른 편으로는

나만큼이라도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럼에도 그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남아

나는 당신에게 예전처럼 말을 걸어야 할 이유나 소재들,

그리고 당신이 내 말에 귀기울여 줄 것이라는 생각을 잃어갔다.


나는 당신을

그렇게 씻어내고 있다.


얼룩이 지는지도 모르고

한동안 푹 담겨지낸 탓에

그 과정이 더디고 지겹다. 


하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이제는 알고 있다.

또한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법임도.


그런데 가끔 궁금하고도 겁이 난다.

이 사랑이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Black Mirror> 시즌 1 에피소드 3에 나왔던

Memory Grain이 실재한다면 억지로라도 지울 수 있을텐데.

"The Entire History of You"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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