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위로의/일기

'영원'할 것만 같은 '순간'

느린위로 2013. 10. 19. 01:09



난 자주 소름이 돋는다.

별것 아닌 것에 눈물도 많다.


작은 것에 감동을 받는다는 것에

예전엔 사실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 문득 달을 보다말고 이런 내가 조금 좋아졌다.


별 생각없이 바삐 길을 걷는데

내게 등을 보인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하늘을 향한 시선을 따라가보니, 달이 무지 밝다.


와, 저렇게 예쁜걸 찍어둬야겠다,

하고 핸드폰을 꺼내며 계속 걷는데

몇 발짝 지나 찍으려고 보니 어느새

달은 높은 아파트들에 가려져 있었다.


오늘따라 낮게 떠서 유난히 큰 달은 

고작 몇 발짝 위로 올라왔다고 어느새

내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영원'할 것만 같은 '순'.


영원히 아름다울 것 같은 것이 

사실 얼마나 순간에 불과한 것인지.


그걸 좀 더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행복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난 언제나 절망보단 희망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더 좋아하니까

오늘의 경험도 그렇게 기억하기로 했다.


순간이기에 더욱 소중히 해야 하는 거라고.

그리고 그 순간들이 모여 영원은 아니더라도

추억은 될 수 있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결국 나임을.


나는 다시 몇 발짝 내려가

가까이 내려온 달을 마주했다.


오늘 달은 참 밝았다.


*사진 출처: http://denizyazicioglu.tumblr.com/post/38082777451


*글과 함께 들었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