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1
김영하라는 작가가 무서워졌다.
소름이 돋는 글을 너무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그는
자신의 '글'을 자신의 '존재'보다 더욱 살아있는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실제로도 어쩌면, 그렇다.
#2
1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
김영하라는 작가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이름은 수없이 들었지만 - 이 정도일 줄이야.
그의 글은 매혹적이고, 파괴적이다. 무서울 정도로.
#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어쩌면 아무도 모르기에 끌리는 이야기들.
덕분에 각 단편에 대한 아래의 감상들은 오직 나만의 것.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직접 일독하고 결론을 내리길 바란다.
13편 중 한 편이라도 진실을 알게 된다면 부디 내게 귀띔해주기를, 또 한 번 바란다.
*
로봇 3원칙의 딜레마에 빠져 사랑을 떠나는 로봇과,
찬찬히 생각해보겠다는 기록을 남기는 수경.
그로써 어중간하게 끝나버린 게임같은 끝.
-로봇
원인 모를 남자의 행동 - 여행에의 제안 - 과
그로인한 여자의 혼란 - 어쩌면 독자들 모두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들의 반복과,
자꾸만 머리 속에서 맴도는 결말.
-여행
언제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것, 갑자기 떠나다.
박제된 악어로만 남아 전해지는 천상의 목소리에 관한 전설
-악어
남자가 아닌 '사람'의 죽음, 그리고 이루어지지 못한 밀회.
아니, 어쩌면, 이유 모를 그의 죽음으로 계속해서 이루어질.
-밀회
쥐스킨트의 글을 생각나게 했던 단편.
똑같은 패턴의 반복 - 죽음으로 완결되는.
-명예살인
유일하게 무섭지 않았던,
그러나 그 지독한 감정에 우스웠던.
-마코토
기름 맛으로 점철된 아이스크림.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슬픈 이야기.
꾸역꾸역, 모른척 살아가는게 편한걸까.
-아이스크림
타락에 관한 이야기.
과연, 조만이 타락한 것일까?
허공 속으로 사라져버린 이상과, 잔인한 현실.
-조
제일 짧지만, 그래서 소름끼쳤던.
알듯 모를듯, 그래서 불편한 이야기.
-바다 이야기
누가 은이를 탓할 수 있을까.
서로 손해본 것도 없을진데 말이다.
그렇다해도, 씁쓸함을 감추긴 힘들다.
-퀴즈쇼
유치하지만 부정하기 힘든,
그렇기에 치졸하다고 할 수 없는
그럼에도 소심하기 짝이 없는 복수.
-오늘의 커피
약속이란 말이 가지는 가벼움.
억지로 무겁게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더욱 그것을 값어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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