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공원
우선은, 책이 너무 예쁘다.
도서 정리 작업을 하는 도중 유난히 눈에 띠던 분홍색의 조그만 책.
감사하게도, 책에 대한 직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도쿄의 공원들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법한 소소한 사건들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단상들.
그래서일까. 책을 읽어가는 내내 담담하다.
큰 갈등 없이 이어지는 책인데도, 지루함 하나 없이.
아, 하고 혼자 감탄하며 셔터를 눌렀다, 라는 책 속의 표현처럼.
나는 혼자 조용히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아직 도중에 있다.
그것은 계속 걷지 않으면, 어딘가로 가고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표현이다.
p. 19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사진작가를 목표로 삼고 있듯이,
히로가 넓은 의미에서 아티스트로 살아가려고 하듯이
뭔가가 되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거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이렇게 집에 놀러 오면 히로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 일이 즐거워? 그건 무엇 때문에 하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어째서 다들 뭔가가 되려고 하는 거지? 그건 꼭 필요한 거야?
p. 83
아버지는 누군가를 위해 산다고 했다.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피곤한데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내가 유리카 씨를 좋아한다면,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p. 186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지."
"모두라니?"
히로가 묻자 도미나가가 화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그러고는 휙 돌아보고 씽긋 웃었다.
"함께 산다는 거, 함께 지낸다는 게 그런 거잖아."
p. 223
"언젠가 사라져버릴 나날들이지만, 아아, 그 시절에 그런 사랑스러운 날들을 보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뭔가를 남기고 싶었어. 게이지의 사진처럼."
…
도미나가의 말대로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나날들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니, 바로 이 순간에도 계속 과거가 되어가면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언젠가는 더 이상 서로를 떠올리지도 않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세계에서 제각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가 함께 지냈던 시간도 꿈결처럼 느껴질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날마다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몇몇 친구들을 더는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여기 이렇게 함께 있다.
이렇게 함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그 나날 속에 있는 것이다.
p. 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