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위로의/독서

도쿄 공원

느린위로 2014. 3. 2. 23:02



도쿄 공원

저자
쇼지 유키야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11-09-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도쿄밴드왜건』『모닝』 등 반짝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나, 따뜻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우선은, 책이 너무 예쁘다.

도서 정리 작업을 하는 도중 유난히 눈에 띠던 분홍색의 조그만 책.

감사하게도, 책에 대한 직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도쿄의 공원들을 무대로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이야기.


내 주변에서도 일어날 법한 소소한 사건들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감정들

내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에 대한 소소한 단상들.


그래서일까. 책을 읽어가는 내내 담담하다.

큰 갈등 없이 이어지는 책인데도, 지루함 하나 없이.


아, 하고 혼자 감탄하며 셔터를 눌렀다, 라는 책 속의 표현처럼.

나는 혼자 조용히 감탄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


나는 그 말이 마음에 든다.

우리는 아직 도중에 있다.

그것은 계속 걷지 않으면, 어딘가로 가고 있지 않으면 쓸 수 없는 표현이다.

p. 19


그렇게 말하곤 했다.

내가 사진작가를 목표로 삼고 있듯이,

히로가 넓은 의미에서 아티스트로 살아가려고 하듯이

뭔가가 되려고 애쓰며 살아가는 자기 자신을 상상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그거야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이렇게 집에 놀러 오면 히로와 내게 이런저런 질문을 던진다.

그 일이 즐거워? 그건 무엇 때문에 하는데? 왜 그렇게 하려고 했는데?

어째서 다들 뭔가가 되려고 하는 거지? 그건 꼭 필요한 거야?

p. 83


아버지는 누군가를 위해 산다고 했다.

 

그런 것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는 것도 피곤한데 누군가를 위해 사는 것까지 생각할 수 있을까.

하지만 만약 내가 유리카 씨를 좋아한다면, 그녀를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p. 186

 

"모두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지."

"모두라니?"

히로가 묻자 도미나가가 화면을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그러고는 휙 돌아보고 씽긋 웃었다.

"함께 산다는 거, 함께 지낸다는 게 그런 거잖아."

 p. 223


"언젠가 사라져버릴 나날들이지만, 아아, 그 시절에 그런 사랑스러운 날들을 보냈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뭔가를 남기고 싶었어. 게이지의 사진처럼."

 

도미나가의 말대로 우리가 보내고 있는 이 나날들은 언젠가 사라져버릴 것이다.

아니, 바로 이 순간에도 계속 과거가 되어가면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언젠가는 더 이상 서로를 떠올리지도 않고 아무런 관련도 없는 세계에서 제각기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때는 우리가 함께 지냈던 시간도 꿈결처럼 느껴질 것이다.

초등학교 때 날마다 같이 재미있게 놀았던 몇몇 친구들을 더는 떠올리지 않는 것처럼.

 

하지만 지금 우리는 여기 이렇게 함께 있다.

이렇게 함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직은 그 나날 속에 있는 것이다.

p. 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