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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일기

We used to: 그 시각, 우리

by 느린위로 2013. 10. 25.



What time is it? 몇시야?

Three thirty. 3시 반.

Wow, we should go to sleep! 야, 우리 이제 그만 자자!

You go to sleep first; I’ll finish this movie. 먼저 자, 난 영화 마저 보고 잘게.

 

새벽 3시 반, 그 시간은 불이 다 꺼진 어둑한 방에 창밖의 불빛과, 네 노트북 불빛만이 희미하던 때.

유독 밤늦게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던 너는 그 시각, 머리에 베개를 기댄 채, 배 위에 노트북을 올려두곤 했다.

때론 나도 같이 네 팔을 베고 누운 채로 영화를 끝내고 잠드는 탓에 수업에 늦기도 했다.

 

너는 모르겠지. 그때 내게 중요했던건

영화도 아니고, 수업도 아닌 그저 따뜻한 네 온기와 네 심장이 뛰는 소리,

영화에 대해 오가는 이야기 속에 들을 수 있던 네 아늑한 목소리, 그리고 곧 들려오는 너의 조그맣게 코고는 소리였다.

 

그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 나는 아직도 가끔 새벽에 눈을 뜬다. 핸드폰 액정 속 3:30 이란 숫자를 볼 때마다 견딜 수 없이 사라져버리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그때 넌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나보다 8시간 늦게 살고 있는 네게 나의 새벽 3시 반은 너의 저녁 7시 반.

가끔은 글을 쓰며 담배를 태우겠지. 여전히 그 방에서 저녁을 먹고, 웃고 떠들기도 할 것이다.

그도 아니라면 _때때로 우리가 그랬듯_ 내일 걱정은 미뤄둔 채 크게 음악을 틀어 놓고 신나서 춤을 추며 기분 좋게 취해가고 있을까?

 

이런것들쯤은 모두 다 괜찮은데, 내가 딱 한 가지, 아직도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은게 있다.

그건 네 세상 속 새벽 3시 반, 희미한 불빛 아래 네가 똑같은 침대에 누워 누군가에게 팔을 내어 준 채로 영화를 보다 잠드는 모습 _

때때로, 나는 그런 악몽에 눈을 뜬다. 그러나 이내, 지금은 아직 넌 저녁 7시 반을 살고 있겠지, 하고 _ 다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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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http://blackbombs.tumblr.com/post/29634528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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