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괜찮다'라는 말이 풍기는 패배적인 뉘앙스가 싫었다. 그만하면 잘했어 정도의, 그러니까 결국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처럼, 괜찮기도 꽤 힘이 드는 때엔, '괜찮다'라는 말에 내재된 온기가 문득 고맙다.
당장 일을 그만둘 수는 없기에 힘든 몸을 가누며 아침에 지하철에 오르더라도. 사랑하는 이 없어 외로운 밤이 문득 사무칠 때도. 혼자 해먹는 요리와 곁들이는 맥주가 물릴 때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살아가고 있고, 아직 내 인생은 끝난 게 아니니까.
당신이 없어도,
나는 괜찮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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