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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영화·TV·OTT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 계륜미의 카페에 초대합니다.

by 느린위로 2013. 5. 31.

 

 

 

1.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8/10


2. 짚고 가기

.

<第36個故事>(36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2010년 대만에서 개봉하여 한국에서는 2011년 7월 7일에 개봉.

 

영화에 등장하는 '두얼 카페'의 주인인 두얼 역은 계륜미가 맡았습니다.

 

 

그녀는 <말할 수 없는 비밀>로 대대적인 스타가 되었죠. 

<남색대문>으로 영화계에 데뷔, 이후 왕가위 제작 양조위 주연의 '지하철' '경과' 등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두얼의 동생인 창얼 역을 맡은 배우 역시 언니인 두얼과 대비되는 성격과 외모 덕분에 영화 내내 눈이 가는데요.

임진희라는 이름의 그녀는 16살에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데뷔하여 중성적인 매력으로 주목을 받았고,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는 그녀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영화는 2008년 '타이페이 영화제작 펀드' 조성에 따라 타이페이 시가 발표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타이페이라는 도시를 홍보하기 위해 기획되었고, 두얼 카페는 타이페이의 오래된 아파트가 모여 있는‘민셍’구역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실제 영화를 제작한 영화사 사무실 맞은편에 자리한 이 카페는 촬영 이후에도 실제로 운영되며 수익을 내고 있다고 하네요.


3. 영화 보기

 

이 영화는 귀엽습니다.

그래서 많은 여성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네이버 영화평에 따르면 남성 분들이 더 많이 보셨고, 더 높은 점수를 주셨더군요.

조금 의외였습니다.

 

스토리는 잔잔합니다.

 

두얼이 오래도록 꿈꿔왔던 것은 우아한 카페 운영. 그런 꿈을 드디어 이루게 되지만 손님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심지어 두얼의 이전 직장 동료들이 선물이랍시고 준 잡동사니들은 쓸데없이 카페 곳곳을 차지하며 처치 곤란, 골칫덩어리가 되어 버리죠.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창얼의 아이디어로 그 잡동사니들 중 헌 책을 물물교환에 성공하게 되고, 이후 창얼은 두얼 카페를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카페'로 홍보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두얼 카페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카페로 거듭나고, 처음에는 자신의 요리 실력이 물물교환에 가려지는 것만 같아 창얼의 아이디어를 탐탁지 않아하던 두얼 역시 35개의 비누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계 여행'이라는 꿈을 꾸게 된다는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도, 화려한 것도 없는 그저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

 

하지만 영화는 보는 내내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에게가 아니라, 이곳 저곳,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어쩌면 나와 당신이었을지도 모르는.

 

- 차 사고가 났을 때, 돈을 받을 것인지 꽃을 받을 것인지? 

- 세계 여행과 공부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지?

- 당신의 마음 속에 가장 큰 가치는 무엇인지?

 

이 세 가지 질문들에 대한 사람들의 답과, 그 답에 대한 이유는 제각각 다릅니다.

 

그걸 보면서 어쩌면 감독은 관객들 역시 질문에 각자 마음 속으로 답해보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요.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다음으로 눈을 끌었던 건 영화 촬영 기법입니다.

 

 

창얼이 스튜어디스들에게 이야기를 해 줄 때, 화면은 여러 번 창얼의 단독 컷이나 창얼과 두얼만의 컷, 그리고 나서 다시 세 명의 스튜어디스가 이야기를 듣고 있는 컷이 번갈아가며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뭔가 아리송했어요. 창얼의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짜인 건지. 정말 창얼은 중학교밖에 나오지 않고 공부 대신 세계 여행을 택한 건지. 그 많은 도시들을 다 돌아다닌 건지. 아니면 이 모든 이야기들은 35개의 비누를 가져 왔던 남자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지어낸 것들인지.

 

또 하나의 인상 깊었던 장면은 두 명의 두얼이 한 씬에 등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두얼 카페에 자주 들려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던 남자가 35개의 비누와, 두얼이 그린 35개의 그림 엽서들을 모두 가져가 버린 이후, 두얼은 여러가지 생각에 빠지게 됩니다. 아마 그런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거 겠죠. 그런데 우스운 것은 왼쪽과 오른쪽의 두얼이 각각 입고 있는 옷이 흰색과 검은색 계열의 옷으로 상반된다는 점입니다. 천사와 악마를 표현한 것이었을까요? 두얼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생각해봅니다. 정말, 그림들은 가지고 가지 않았으면 더 좋았잖아, 하고 말이죠.

 

영화는 해피 엔딩입니다.

 

중간 중간, 조금 지루하기도 했지만, 어쩌면 우리의 일상이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는 게 아닐까요.

비누와 엽서를 모두 가져가 버렸던 남자는 두얼에게 편지를 써옵니다. 당신 옆에서 커피를 만들고 싶다_라고.

그러나 두얼은 세계 여행의 꿈을 꿉니다. 두얼 카페에서 자신의 지분을 항공사에게 넘겨주고, 35개 도시로의 항공권을 얻어낸 것이죠.

 

여행하고 싶어지는 엔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