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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영화·TV·OTT

'해피 이벤트', 행복한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하여

by 느린위로 2013. 6. 1.

 

 

 

1.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9/10

 

2. 짚고 가기

 

감독 레미 베잔송이 실제 연인과 함께 각색한 영화.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영화가 아니라 실제 같은 영화입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제목인 <해피 이벤트>를 검색하면 '해피 이벤트 실제 임신' 등의 키워드가 따라 나오더군요.

 

하지만 루이즈 보르고앙은 출산과 육아의 경험이 없는 미혼의 여배우라고 합니다.

그리고 감독 역시, 아이를 길러본 적도 결혼도 하지 않은, 심지어 남자.

이 사실을 알고 나니 이러한 조합으로 이토록 사실적인 영화를 만들어냈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주연을 맡은 여배우 루이즈 보르고앙의 본명은 아리안 보르고앙으로

철학 교수인 아버지와 프랑스어 교수인 어머니 아래에서 태어나

배우가 되기 전에는 미술 선생님이 되기 위한 안정적인 길을 걷고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교원자격시험에서 떨어지고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 기상 예보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면서 방송인으로 활약.

이후 영화계의 러브콜을 받고 배우로 전향합니다. 능력과 끼가 출중한 사람임에 틀림없는 것 같아요.

기본적인 미술 학도로서 미술에 대한 조예도 깊고, 성격까지 서글서글하다는 그녀.

현재 프랑스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게 어쩌면 당연할 것 같습니다.

 

 

 

루이즈의 남편 역으로 나온 피오 마르마이 역시 수려한 외모와 함께 연기력 까지 겸비한 신예 배우죠. (어째서 이런 사진만이...)

 

여하튼 두 배우의 열연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엘리에트 아베카시스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영민한 시나리오를 실현할 감동적인 등장 인물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완벽한 캐스팅(Filmactu, Pierre Delorme)"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그럼 영화를 되돌아 볼까요?

 

3. 영화 보기

 

영화는 우선 스토리 전에, 영상이 아름답습니다.

 

 

영화의 첫 부분의 푸른 빛이라던지, 바바라가 물에 빠지는 묘사적 장면이라던지, 마지막 엔딩 장면까지 무엇 하나를 꼭 꼬집을 것 없이 말이죠.

그러고 보니 블루 컬러를 많이 활용했다는 느낌이 드네요.

 

영상을 차치하고라도, 영화는 스토리 전개에 따른 바바라의 디테일한 감정 변화 묘사가 일품입니다.

 

부분적 독백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로 자신의 감정을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바바라에게, 아마 많은 여성분들은 공감하셨을거에요.

 

사랑이나 결혼,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두 남녀가 만나 가정을 이루는 데에 있어

아무런 문제 없이 100% 행복으로만 가득찬다는 건 정말 비현실적이죠.

이것을 인지한 감독은 영화 속에 최대한 현실을 담아내려 노력합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자신의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엄마, 바바라.

 

 

그리고 역시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집을 나서야 하는 아빠, 니콜라스.

 

 

부부가 된 두 연인은 바바라의 임신 이후 그토록 원하는 섹스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죠.

그 뿐인가요. 출산 이후에는 번번히 훼방을 놓는 아이 때문에 역시 로맨틱한 잠자리는 매번 실패하기 마련입니다.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일은 이렇게, 반드시 '해피 이벤트'일 수가 없죠. 오히려 고귀하고도 고된, '현실'입니다.

 

아직 미혼에다 결혼이 머나먼 얘기라고 생각하고 있는 저로서는

영화를 보면서 정말 결혼도 결혼이지만 출산과 육아는 보통 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나이가 들고 준비가 되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는걸까, 라는 두려움이 조금 앞서더군요.

 

물론 영화 속의 딸 아이는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웠지만. 아직은 제 스스로가 더 중요한 나이니까요.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 속에 나오는 상당수의 거침없는 장면들 때문인데요.

바바라와 니콜라스의 잠 자리 묘사와 바바라의 음담패설(?)이 여과없이 표현됩니다.

 

 

감독은 실제로 임신에 대한 진부한 이미지를 벗어내고 사실적이고 관능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해요.

그리고 임신한 여성의 폭발적인 성욕과 관능적인 면모를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임신이 가지는 미학과 인체의 관능성을 강조하고 있죠.

 

영화는 열린 결말입니다.

 

한 바탕의 싸움, 혼란, 가출, 그리고 만남. 그리고 각자 성장해 가는 두 사람.

바바라는 그토록 싫었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니콜라스는 바바라의 고통을 이해하게 됩니다.

 

 

돌아온 바바라는, 니콜라스에게 처음 임신 소식을 알려주었던 카페에서 다시 그를 만납니다.

그리고 똑같은 소식을 전합니다. 이들은 과연 잘 해쳐나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잘 해쳐나갈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잘 해쳐나가고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