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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일기35

Leave Me Alone: 가만히 두세요 가만히 두세요: Leave Me Alone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다. 내 감정이나 상황,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상처, 자신의 외로움, 자신의 처지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정말로 그러기가 싫다. 단순히 귀찮아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절머리가 난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물론 인생에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늘 이 상태로 있어서는 언젠가 내가 먼저 지쳐버릴 수도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피로하다. 누군가의 감정을 배려하고 신경 쓰고 안아줄 여유가 없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 2014. 5. 27.
어떤 사람 그는 내게 물었다. "넌 어떤 사람이야?" 머릿속에서 되물을 수많은 질문이 스쳤다. "어떤 사람인 것 같아?""어떤 사람이면 좋겠어?""어떤 사람인 게 중요해?" 결국, 뭐라고 받아쳤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다만 말을 하면서 혼자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성격 나는 낯가림이나 부끄러움이 없는 편이고좋고 싫음이 분명하지만, 변덕 또한 심한 편이다. 나는 자신만만하지만, 가끔 고개를 드는 열등감에 괴로워하는 편이고아주 긍정적인 것은 극히 부정적인 생각에 잠식당하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나는 외로움을 타지 않지만, 혼자 있는 것도 금방 심심해하고온종일 집에 있는 것도 싫지 않지만, 밤에는 끝내 길을 나서고 만다. 나는 꽤 좋은 성격이었다가, 지극히 지랄 맞은 성격이 되기도 한다.상.. 2014. 5. 17.
운명 성격이나 적성에 관한 테스트들을 즐겨 한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해본 MBTI 테스트에서 성격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우와-하고 신기했다가, 나중에는 아아-그렇구나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그중 사람도 있다. 아무리 변하기 어려운 게 사람이라지만, 수많은 경험과 사고(思考)의 강을 건너며 또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바뀌는 게 사람인 것이다. 옛날에는 감정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먼저 생각이 앞선다. 물론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은 그대로다. 다만 마음속으로 벌써 결정은 마쳐놓고, 이 말을 혹은 이 행동을 해도 될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던 그런 단순한 삶이 조금은 복잡해진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나보다는 남에게 좋은 일일지도 .. 2014. 4. 23.
나는 차라리 지극히 우울한 영화 몇 편을 연이어 보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멈춰가고 있는데, 여전히 세상은 똑같은 말들로 시끄럽다. 정작 멈추고 싶은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기만 한다.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 터널은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조차 종잇장 구기듯 구겨버린다. 온통 우울증을 앓고 있는 느낌이다. 누구든 툭 치고 지나가면 벌컥 화가 나거나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다. 한숨이 온몸에 달렸다. 웃다가도 한숨, 가만히 있다가도 한숨, 그냥 길을 걷다가도 한숨, 멍하니 뭔가 생각을 하다가도 한숨.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했는데,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했는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한다고 했는데. 이젠 그 단어들을 발음하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아파온다.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언제나 예외없이 할.. 2014. 4. 18.
Feeling of Disappointment: 서운하다는 감정 '서운하다' 그게 무엇인지나 왜 일어나는지 같은건 하루 - 일주일 - 한달 - 일년 시간이 갈수록 모호해지는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오히려 어렸을 적엔 아프다 힘들다 슬프다 따위의 감정처럼 '너 때문에 서운하다'고 쉽게 말하곤 했는데. 지금은 이 정도로 서운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나도 모르게 내 스스로를 다독이고 있어서인걸까_ 이제는 내가 서운한 건지 서운하다면 왜 서운한 건지 이유를 안다면 말해도 되는 건지 내가 너 때문에 많이 서운하다고_ 그럼 그 서운함에 대한 보상은 오롯이 서운함만큼은 돌아오는건지. 잘 모르겠다. 서운하다는 감정. 출처: [빙글] http://www.vingle.net/posts/253916 2014. 4. 3.
시간의 미학 오랜만에 나를 나 다음으로 가장 잘 이해해주던 사람과 대화를 했다. 허물 투성이였던 우리의 마지막 대화는 어디로 갔는지 온데간데 없고, 오늘은 똑같은 두 사람의 대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나 그냥 너랑 이야기 하고 싶어'란 한 마디에 순순히 '그러자'라고 해 주었다. '어떻게 지냈어?'란 싱거운 질문에 '너랑 똑같았을 거야'라는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나는 좀 지치는 것 같아'란 투정에 '네가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곤 '오늘 안 그래도 네 이야기를 했었어'라며 나란 사람에 대해 나보다도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그 아이를 들었다(listened). 예전엔 지독히도 싫었던 그 논리와 말투가 오늘은 왠지 참 편했다. 조금 우습고 설렜다. 지나고 보니까 정.. 2014. 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