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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일기35

'영원'할 것만 같은 '순간' 난 자주 소름이 돋는다. 별것 아닌 것에 눈물도 많다. 작은 것에 감동을 받는다는 것에 예전엔 사실 그다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오늘, 문득 달을 보다말고 이런 내가 조금 좋아졌다. 별 생각없이 바삐 길을 걷는데 내게 등을 보인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하늘을 향한 시선을 따라가보니, 달이 무지 밝다. 와, 저렇게 예쁜걸 찍어둬야겠다, 하고 핸드폰을 꺼내며 계속 걷는데 몇 발짝 지나 찍으려고 보니 어느새 달은 높은 아파트들에 가려져 있었다. 오늘따라 낮게 떠서 유난히 큰 달은 고작 몇 발짝 위로 올라왔다고 어느새 내게는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영원'할 것만 같은 '순간'. 영원히 아름다울 것 같은 것이 사실 얼마나 순간에 불과한 것인지. 그걸 좀 더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좀 더.. 2013. 10. 19.
I'll Be On Your Side: 내가 니편이 되어줄게 19살이건, 24살이건, 29살이건 어떤 기로에 선다는 것은 우리를 참 두렵게 한다. 특히나 대한민국에서 대학생이 되고, 회사원이 되고, 서른이 된다는 것은. 그리고 아마 19살보다는 24살이, 24살보다는 29살이 조금 더 무거울 것이다. 주변에 마음이 힘든 사람들이 부쩍 많은 것 같다. 학교 다니는게 점점 재미없어진다는 사람부터, 취직 걱정에 우울함과 스트레스가 앞서는 사람들, 해 놓은 건 없는데 나이는 계속 들어간다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사실 우리는 모두 특별하다. 조금 다를 뿐, 각자가 모두 반짝이는 존재들이다. 어느 인생도 실패한 인생은 없다. 그 사람이 그것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그렇다. 그러니까 모두들 힘을 내자. 아니, 힘을 굳이 내지 않더라도 그냥 지금처럼 꾸준히 묵묵히 인내하며 그.. 2013. 10. 4.
Viewpoint: 보는 방식 똑같은 현상을 보는 방식에는 수도 없이 많은 경우의 수가 있다. 여기에 이분법을 적용해서 '좋게 보기'와 '나쁘게 보기'가 있다고 하자. 나는 19살까지, 내 최대의 장점이 '좋게 보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로 그렇게 살았다. 어디서 연유된 성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별 일 아닌 것처럼 넘길 수 있었고, 늘 다음을 보곤 했다. 그런데 20살의 겨울 즈음, 나는 그 모든 것을 한번에 잃었다. 사람으로 인한 상처는 그 사람이 아니면 사실 100% 치유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1년여 정도를 '버텼다'. 억지로라도 그러지 않으면 사라져 버릴 것 같았으니까. 절반 정도 아물었을 때에 고마운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은 예전의 그 사람이 아니었지만, 나는 빠르게 회복되어갔다. '좋게 .. 2013. 9. 29.
Without Knowing It All: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어쩌면 나는 당신에게 내 가장 솔직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당신을 쉽게 잊지 못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더이상 참을 수 없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당신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그렇게 치부되는 일이다. 그래서 난 정말로 다 그만둬버리기로 했다. 당신은 지겨우리만큼 그 날 이후 늘 내 곁을 맴돌며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려는 내 발목을 잡아두곤 했었지만 그건 사실은 진짜 당신이 아니라 내가 그리고 잡아둔 당신이었다. 나는 이제 스스로를 지킬 것이고 그럼으로 누군가를 또 상처입힐테지만 이것만이 모두를 구원하는 것임을 알기에 그냥 미움을 받으면서 홀로 서는 법을 배우겠다. * 김예림(투개월) -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에 드는 제목의 노래를 듣고 영감을 받은 추석날 밤. 2013. 9. 19.
I Love You: 난 너를 사랑해 잊으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그냥 시간에 흘러가는데로 맡겨 두면 잊을 수 없을 거 같아서.아니 잊는다고 해도, 그 시간이 마치 끊어질 듯 이어지는 낮잠들처럼 길 것만 같아서. 그 과정 속에 나를 가장 괴롭히던 것은 당신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한편으로는 잘 지냈으면 했으나, 많은 다른 편으로는나만큼이라도 나를 그리워하고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럼에도 그 바람은 그저 바람으로 남아나는 당신에게 예전처럼 말을 걸어야 할 이유나 소재들,그리고 당신이 내 말에 귀기울여 줄 것이라는 생각을 잃어갔다. 나는 당신을그렇게 씻어내고 있다. 얼룩이 지는지도 모르고한동안 푹 담겨지낸 탓에그 과정이 더디고 지겹다. 하지만,언젠가는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어렴풋이나마 이제는 알고 있다.또한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 2013.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