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책이 내내 슬펐다.
처음의 잔잔함부터, 끝의 미묘함까지.
그리고 처음으로 이렇게도 글을 쓸 수 있구나, 라는 어쩌면 약간의 시샘과 부러움을 느꼈다.
어째선 당신하곤 말이 통하지 않는거야?
공원을 걷는 내내 히와코는 화가 나 있었다.
여름날이었고, 하늘은 덧없으리만치 푸르게 개어 있었다.
당신은 여기 있는데도 마치 없는 것 같아.
말은 연이어 입을 타고 나왔다.
그런 건 외롭다고. 나, 당신이랑 있으면 자꾸 외로워져. 외로운 건 그만하고 싶다구.
쇼조는 "응." 혹은 "어."하고 대답했다.
쇼짱도 외롭지? 우리, 둘이 있으면 둘 다 외로워지는 거야.
응.
'진실'은 계기가 무엇이든 마지막에는 반드시 거기에 다다른다.
그렇기 때문에 '진실'이 위험한 것이다.
결론은 늘 명백하다. 우리, 함께 있지 않는 편이 나을거야.
2초만 늦었어도, 히와코는 그 말을 입에 담을 뻔했다.
「담배」, 109-110p.
그렇더라도-.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아케미의 옆얼굴을 보면서 히와코는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자신의 부재가 아무에게도 영향을 주지 않는 나날로 돌아가고 싶진 않았다. 그건 너무 쓸쓸할 것 같다.
너무 쓸쓸하고, 그리고 너무나 불안할 것 같다.
「밤」, 178p.
히와코는 절반 감탄한다. 쇼짱은 나를 '세상'으로부터 지켜주려 하지만, 내가 하는 말은 듣지 않는다.
내 대답은 듣지 않으면서, 그래도 나를 향해 이야기한다.
「골프와 유원지」, 195p.
*
14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구성된 히와코와 쇼조의 이야기.
10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불안하기 짝이 없게.
둘의 결혼 생활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슬아슬한 불편함을 여과없이 느끼게 한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행동만으로 표현되는 감정들을.
히와코의 요동치는 감정과, 쇼조의 엉뚱한 행동 사이에서
억지로 하나이고자 하는, 하나일 수 밖에 없는 그 용기없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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