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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위로의/독서

우리가 좋아헀던 것

by 느린위로 2014. 3. 2.




우리가좋아했던것

저자
미야모토 테루 지음
출판사
작가정신(도) | 2007-03-1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쿠타가와상 수상에 빛나는 관록의 작가, 미야모토 테루 장편 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처음 몇 장을 읽어가면서는 솔직히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이렇게 쉽고 간단히 서로가 서로를 좋아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엄청난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들의 공동 생활을 들여다 보면 볼수록 약간의 부러움과 질투가 생겼다.

최선의 이익과 시간의 효율성을 중심에 두는 것과는 상극을 이루는 '타인'에 대한 사랑.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온전해서, 너무나 순진 무구해서, 사랑했던 사람에게 화를 내지도 못하는 그들.


실제와는 거리가 멀기에, 어쩌면 더욱 동경하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어지러운 것들을 잊고 떠나고 싶은 것 같다.

그것이 잠시라도, 내 마음 속 소용돌이가 진정될 수 있을 딱, 그만큼만이라도 좋으니.










*


나는 아이코와 결혼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입에 올리지는 않았다.

나는, 혹시, 라는 가정법으로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싫다.

그날 밤 이후로, 아이코는 너무 자주, 혹시, 라면, 이라는 가정법을 구사하며 나에게 뭔가를 호소하기 시작했다.

6장, p.127

 

아이코와 나는 거의 매일 밤 끌어안고 잔다.

섹스를 하건 하지 않건 한 침대에서 잔다.

그렇지만 내가 이 여자를 진심으로 가슴에 깊이 품고 있을까.

우리가 정말 사랑하고 있을까. 그런 적이 없는 것 같았다.

7장, p.137

 

"미워한다는 건 상대를 너무 좋아한다는 거야……."

7장, p. 140

 

"예를 들어, 어떤 유명한 사람이 공격의 대상이 된다고 해.

그걸 읽어보면, 그 글을 쓴 놈은 태어나서 길가에 쓰레기 하나 안 버린 듯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침을 뱉으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해.

그걸 읽는 놈도, 과연 그렇다고, 너무 간단히 믿어버려. 어느 놈 할 것 없이 마구 떠들어대.

난 그런 인간이 되고 싶진 않아. 만난 적도 없고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는 사람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야.

당나귀 말이 옳아. 요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해. 요코의 마음은 아무도 좌지우지할 수 없는 거야."

7장, p.143

 

"시간도 우연도 돈으로 살 수 없다는 네 말은 옳아. 그렇지만 생명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거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지키려면 돈이 필요해. 돈이란 놈은 돈으로 살 수 없는 놈을 위해서 그 진가를 발휘하는 거야."

8장, p.156

 

"응, 나 그 말 좋아해. 어떤 영화 대사에, 시간이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잊게 해준다고 했는데,

나는 시간이란 망각의 힘을 가지고도 있지만 역시 뭔가를 해결하는 힘도 가지고 있다고 믿어."

11장, p.226

 

"……거짓말 한 거 미안해. 오해받기 싫어서 그랬어."

"괜찮아. 괜찮아. 다들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면 그만이야."

12장, p.242

 

"슬퍼. 몸부림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야. 그렇지만 마음이 변한 걸 어떡하겠어.

우리는 지금 타인을 위해 살고 있어. 그러니까 어떻게 하면 아이코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돼."

13장, p.263-264

 

내가 너무 생각을 많이 하는 건지도 모른다.

아이코가 한순간의 흔들림 때문에 나에게 돌아오려 한다면, 나는 그냥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아이코의 미래를 빼앗아서는 안 된다.

14장, p.268

 

"우리는 마음에 너무 민감하면 사회적인 방해꾼으로 취급받는 시대에 살고 있어.

마음의 느낌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이 사회의 둔감증을 견딜 수 없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틀어박히고 말아.

그러지 않고서는 자신을 지킬 수 없게 됬어."

14장, p.274

 

"그 사람을 얼마나 좋아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했지."

15장, p.296

 

"열등감? 누구든 많건 적건 다 가지고 있지.

남이 보면 왜 그런 데 신경 쓰느냐고, 왜 그정도 일로 비굴해지느냐고,

왜 고작 그런 일로 고민하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지만 인간의 마음이란 동굴은 너무 깊으니까."

15장, p.297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른 세계를 향해 날갯짓을 시작했어. 망하려고 나에게 멀어지는 게 아니니까.

그렇잖아? 아이코, 그 좋은 머리로 세상을 위해 인간을 위해 살아. 그러지 못하면 큰 손해가 아니겠어?"

16장, p.3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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