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태치먼트', 우리는 모두 외롭고 혼란스럽다

'디태치먼트',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포옹일지도 모른다


스포일 주의


'디태치먼트 Detachment'는 한글로 풀면 '거리 두기, 무관심' 정도가 된다. 문제아들이 수두룩한 학교에 기간제 교사로 발령을 받은 헨리(애드리언 브로디 역)의 태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그렇다고 그가 학생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다른 보통의 교사들보다 능숙하게 문제아들을 대한다. 수업 시작부터 시비를 거는 학생에게는 '수업을 듣기 싫으면 나가도 좋'며 교실 밖으로 내보내고, 특정한 이유 없이 그에게 화를 내며 욕을 퍼붓는 학생에게는 '나는 단지 너에게 기회를 주려는 것뿐'이라며 진정시킨다. (여담이지만, 애드리언 브로디만큼 이 영화에 부합하는 완벽한 얼굴을 가진 배우가 있을까? 그는 1시간 30분 남짓의 영화 동안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로서가 아니라 '교사' 헨리 바스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헨리는 학생 개개인을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자신의 교육 철학에 따라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학생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이 결여되어 있거나 혹은 부족한데, 이는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것에도 모자라, 알코올 중독과 약물 과다 복용으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버린 어머니를 마주한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는 타인에게 지나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자 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슬픔과 아픔만으로도 충분히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그는 학교를 벗어나 혼자 남겨졌을 때 찾아오는 슬픔과 분노에 몸을 가누지 못한다. 그리고 유일한 가족인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가 있는 요양 병원의 간호사에게 애꿎게 화를 퍼붓는다.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그는 눈물을 흘린다.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내고 있지만 사실 그 자신도 치유가 필요한 인간에 불과한 것이다. 그는 버스 안에서 매춘하다 폭행을 당하는 10대 소녀 에리카(사미 게일 역)를 마주치게 되지만 자신의 슬픔에 매몰되어 그녀를 지나친다. 그리고 그런 그를 따라 버스에서 내린 그녀에게 잔인한 말을 퍼붓는다. 철저한 'Detachment 거리 두기'의 모습이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길에서 재회하게 된다. 에리카와 몇 마디를 주고받던 헨리는 그녀를 집으로 초대해 먹을 것을 주고, 강간을 당해 상한 그녀의 몸을 치료해주는 등의 호의를 베푼다. 그의 호의를 처음에는 자신의 몸을 탐하는 것으로 오해했던 에리카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의 도움에 차차 마음을 열게 되고, 정상적인 10대 소녀의 삶을 되찾는다. 헨리를 위해 아침과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쇼핑하며 그에 대한 애정도 키워간다. 물론 헨리는 그런 에리카에게 '나를 위해 변할 필요 없다. 우리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고 못을 박지만.






학교를 배경으로 한 기존의 영화들이 문제가 있는 학생들과 이들을 구제하고자 하는 영웅적인 교사를 다루었다면, 영화 '디태치먼트'는 학생이건 교사건 모두 하나의 '외롭고 혼란스러운' 인간으로 묘사한다. 여기에 더하여 이들은 자신의 아픔에만 침잠되어 타인에게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훨씬 현실적인 접근인 셈이다. 실제로 현대 사회에 들어 팽배해진 '쿨Cool한 것'에 대한 신봉이나 '내 인생이니 너는 상관하지 말라'는 배타적인 태도는 우리를 더욱 외롭게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외로움과 혼란은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 걸까, 아니 해결될 수 있기는 한 걸까?





이러한 질문과 관련하여 감독은 우리에게 두 가지 케이스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의 가치에 대해 부정을 당하는 왕따 소녀 메레디스(베티 케이 역)의 경우다. 그녀는 카리스마 넘치는 헨리에게 사랑을 느끼고 마지막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지만, 헨리는 메레디스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다. 절망한 메레디스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자살하는 길을 택하고, 헨리는 이를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함께 과거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하게 된다. 그 어떤 문제도 만들지 않고 한 달이라는 기간만을 채우려 했던 그의 안일한 마음가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메레디스의 죽음은 그를 혼란으로 밀어 넣는다.


 





그럼에도 영화가 절망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두 번째 경우로 제시된 에리카와 헨리의 관계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문제와 상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보듬으며 살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헨리는 자신의 아픔을 에리카에게 이야기하면서, 에리카는 헨리의 보살핌을 받으면서 서로를 치유해 간다. 헨리는 지금까지 그가 고수해왔던 삶의 방식대로 "I am not good for you(난 네게 좋지 않아)"라며 에리카를 밀어내지만, 영화 마지막 즈음에 다시 그녀를 찾으며 관계의 희망적인 회복을 예고한다.







사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말 없이 건네는 따뜻한 포옹일지도 모른다.


'디태치먼트 Detachment'는 디태치먼트, 즉 거리 두기만으로 치유할 수 없는 우리의 아픔과 상처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때로는 학생, 때로는 교사의 입장에서, 그리하여 결국 인간의 본연적인 외로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끝내 사랑스러운 것은 주인공 헨리가 에리카를 다시 찾음으로써 타인에 대한 '구역질 나는 냉정함'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이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처가 서로에게 보여주는 애정과 관심으로 치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우리도 그들처럼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었으면 한다.




영화 중간에 삽입된 OST로 평소에도 아주 좋아하던 Ray LaMontagne의 Empty가 나와서 반가웠다. 






Posted by 호양




1. 지극히 개인적인 평점: 9/10


사실 평점을 내리기가 정말 애매할 정도로,

무엇이라 말하기 힘든, 규모가 큰 영화입니다.


볼까 말까 하고 있다면 꼭 볼 것을 추천드리며, 2시간 20분여의 영화가 지루하지 않게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1점을 뺀 것은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는 탓에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흐름을 한 번만에 100% 이해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입니다.


2. 미리 보기


영화는 리우젠원(劉震雲)의 소설 <溫故一九四二(Remembering 1942)>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펑샤오강(冯小刚) 감독이 연출하였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시간적 배경은 제목에서도 드러나 있듯이, 중일 전쟁 기간 중인 1942년입니다. 

공간적인 배경은 중국의 하남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당시 하남성은 전쟁뿐 아니라 심한 가뭄이 겹쳐 주민 300여만이 기근으로 사망한 역사적 기록이 있습니다. 영화는 이러한 시간, 공간을 잘 포착, 담아내어 재난과 전쟁 속에서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과정을 비교적 객관적이고 참혹하리만큼 실제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3. 영화 보기 


IFC몰 내의 CGV 여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2013 중국 영화제는 6월 16일(일), 

장쯔이, 양조위, 송혜교 등이 등장하여 화제가 된 '일대종사(一代宗師)'를 개막작으로 그 시작을 알렸습니다.


저는 이번 축제의 상영 영화 중, 6월 18일(화)요일 저녁 8시에 잡힌 <1942(一九四二)>를 보고 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 영화제'라는 타이틀로 여는 축제이기에,에 최소한 하나 정도의 부스는 기대하였으나

'축제'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로 광고 영상만이 몇 몇개의 스크린에 재생될 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중국 영화제'의 존재조차 모를 정도의 규모라 큰 실망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와서는, '중국 영화제'가 아니었다면 극장에서 접해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르는 훌륭한 중국 영화를 감상했다는데 만족했습니다.


그럼 영화를 함께 짚어 볼까요?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반가운 얼굴은 단연 <피아니스트>, <킹콩>등으로 유명한 애드리언 브로디였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개인적으로, 한창 그에게 빠져있엇던 때가 있엇는데, 심지어 그를 만나기 위해 미국에 가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죠.

물론 철저한 금사빠인 저는 곧 또 다른 누군가에게 금방 사랑에 빠져 버리고 말았지만...(흠흠)


그는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42년 이후 중국 하남성에서 일어나는 기근과 중일 전쟁의 비참함을 중국 정부와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미국 타임지의 기자 '화이트'로 등장합니다. 그러니 위의 사진처럼 늘 말끔한 모습일 수만은 없죠.


출처: 네이버 영화


실제로 그는 두 번째 사진처럼 하남성의 피난민들의 대열에 동참하여 이들의 대 이동과 굶주림, 전쟁 속의 피난을 사진 속에 담아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타임지의 특파원이었던 시어도어 화이트(Theodore Harold White)는 실존 인물로 하남성의 현실을 중국 정부와 세상에 널리 알려 피난민 구호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1946년 중국 국민당 정부의 무능력과 부패를 꼬집고 부상하는 공산당에 대해 분석, 설명한 책 'Thunder out of China'를 발간하기도 했으며, 이 책이 중국 공산당의 집권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도 실제로 존재한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는 '화이트'라는 기자에 역할에만 주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남성의 지주였던 '동 어르신'과 그의 가족들 (딸, 아들, 아내, 며느리) 그리고 그가 거느린 하인들과 그의 식솔들.

들이 피난길에 오르며 겪게 되는 굶주림, 전쟁의 피해로 하나 둘 씩 죽거나, 흩어져 결국 '동 지주'가 혼자 남게 되는 과정을 담아내는 데

그 스토리와 영상, 장면들이 모두 일품입니다. 그리고 당시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비꼬는 듯한 장면들이 들어가서 한숨 어린 웃음을 자아냅니다.


중간 중간 들어가는 기독교적인 이야기 역시 종교를 전적으로 옹호하거나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인간적인 시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신의 논리를 보여주고자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때로는 너무나 실제적으로 묘사된 전쟁 장면으로 - 대표적으로, 폭탄에 팔, 다리를 잃고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여과 없는 표현 -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곤 했지만 그렇기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던 영화.


인간, 사욕, 정치, 부패, 가족, 전쟁, 배고픔, 욕정, 신앙, 사명감 등 

다양한 사회적인 가치나 개념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저로서는 대만족이었는데요.

사색에 잠기고 싶으시다면, 혹은 역사 및 전쟁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1942. 강추입니다!




Posted by 호양
이전버튼 1 이전버튼

블로그 이미지
호양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