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뭘 원하는지 너는 알아?

나는 알다가도 모르겠고 그래


몇 가지는 분명해 보이기도 해


지금보다 더 날씬해졌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돈이 많았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남들이 알아주면 좋겠어


그런데 그것 말고는 잘 모르겠어

내가 어떤 가치를 위해 살고 싶은지

혹은 어떤 가치를 위해 살아야 하는지


사실 의무나 정답 같은 건 없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뭔가 확신이 들었으면 싶은 거 있잖아


앞으로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 많은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까?

게으름이나 어리석음 탓에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는 않아야 할 텐데


하고 싶은 걸 하라고들 하잖아

꿈이나 마음을 따르라고도 하고


그런데 넌 네가 정말로 뭘 원하는지 알아?

확신에 차서 선택해 놓고 후회한 적은 없었어?


나는 요즘 들어 부쩍 그래


이제까지 앞에 놓인 길을 따라 잘 걷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부연 안개가 낀 듯하기에 고개를 드니 흐릿한 거야

끝이 보이지 않을뿐더러 지금 서 있는 곳이 길인지도 모르겠더라고


몇 발 내디뎠다가 절벽으로 떨어지진 않을까

무작정 그대로 달렸다가 깊은 늪에 빠지진 않을까

자꾸만 겁이 나서 두리번거리다가 뒤돌아 보기도 해


나만 이런 건지

어디서부터였는지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증상은 있지만, 이유는 없는

몹쓸 병에 걸려버린 기분이야


우린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걸 거야,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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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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