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가 내리면 길을 걸을 때 꼭 물 위를 떠다니는 기분이다. 둥둥 걷는 길에 똑똑 물방울이 떨어지면 하늘을 본다. 잿빛 하늘이 까마득하다. 그런 하늘이 어느새 갠다. 하늘이 하늘빛으로 돌아온다. 그러다 다시 어둠이 내린다. 하루가 참 짧다. 


2. 여름이 다가오는 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비 오듯 땀을 흘리고 나면 새삼 가뿐하다. 마음마저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웬만한 일에는 눈물이 나지 않는 요즘 같은 때는 이렇게라도 비를 흘리는 게 건강에 좋을 상 싶다.


3. 입맛이 없다. 저녁을 푸짐하게 먹는 걸 즐기던 편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자꾸만 거르고 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맥주를 마냥 마시기도 내일이 부담스럽다. 이건 뭐랄까,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다.


4. 좋은 감정은 과장하는 게 나을 때도 있다. 조금 웃기는데 배 아프게 웃기는 척, 조금 좋은데 미칠 듯이 좋은 척, 조금 행복한데 벅찰 만큼 행복한 척. 사람의 감정은(내 감정에만 해당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단순해서 그러다 보면 진짜 웃고 있는, 좋아하는, 행복해진 나를 발견하게 된다. 단, 조금 슬픈데 죽을만큼 슬픈 척하는 건 금물이다. 자신은 물론 상대까지 속일 가능성이 있거든.


5. 마음에 드는 책을 번역 출간하게 되었다. 예전에 몇 번, 정말 괜찮다 싶은 책들을 여러 가지 사정으로 놓쳐야만 했는데, 이번에는 두 권이나, 그것도 아주 수월하게 가져올 수 있게 돼서 기쁘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별일 아닌 것들도 그냥 다 좋았다.


6. 대표님이랑 이야기하다가 그런 말씀을 들었다. '하면 된다'는 말은 때때로 부질없는 노력을 하게 하는 것 같다고. 세상에는 원래부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이 있는데 말이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물 흐르듯 떠다니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7.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면 된다고 했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이었다.



'호양의 >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취향의 문제  (2) 2014.06.21
사람 마음  (2) 2014.06.16
Your Meaning: 너의 의미  (0) 2014.06.03
Leave Me Alone: 가만히 두세요  (0) 2014.05.27
어떤 사람  (0) 2014.05.17
Posted by 호양

블로그 이미지
호양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