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두세요: Leave Me Alone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이다. 내 감정이나 상황, 기분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상처, 자신의 외로움, 자신의 처지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물론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 정말로 그러기가 싫다. 단순히 귀찮아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진절머리가 난 걸까.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물론 인생에 꼭 다른 사람들과 함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늘 이 상태로 있어서는 언젠가 내가 먼저 지쳐버릴 수도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충분히 피로하다. 누군가의 감정을 배려하고 신경 쓰고 안아줄 여유가 없다. 혼자가 편하다는 말이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함께 추억을 만들고,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을 하고, 그 모든 것을 반복하고 싶어질 때가 언젠가 또 오겠지만, 그리고 나도 진심으로 그런 때가 왔으면 하지만, 지금은 아니라는 거다.





어떤 이는 물었다.

"혹시 과거 때문인가요?"


나는 답했다.

"아니오."




지나간 일에 대한 미련이나 애잔함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라는 편이 맞다. 누군가는 이런 이유로, 또 다른 누군가는 저런 이유로, 차라리 혼자인 편이 낫겠다는 느낌을 너무나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런 마음이 그렇게 쉽게 드느냐고, 보통은 안 그러지 않느냐고? 그러니까 나는 나를 그런 보통의 범주에서 재단하고 판단하는 당신이 싫은 거다. 나를 오롯이 나 하나로 봐주는 사람이 아니면 더 이상의 모험을 하고 싶지 않다.


쉽게 말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 말고. 그래야 더 행복할 것 같다. 당연히 서로 좋아하면 더 좋은 거고.


그러니까 결론은, 그냥 가만히 두세요.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시는 가요.
팔천삼백구십오 일째, 난 그렇게 살죠.

나는 그냥 평범한 사람, 잘하는 게 별로 없죠.

차가운 눈초리, 난 숨이 막혀.


나도 아직 나를 잘은 몰라요.

너무 나를 나무라지 마세요.

나는 지금 행복해요.
지금의 나 만족해요.
제발, 나를 가만히 두세요.

팔천삼백구십육 일째, 모두들 바쁜가 봐요.
그렇게 빨리 뛰다간 넘어져요.

정말 슬퍼도 울 줄을 모르고,

기쁠 때에는 웃지를 않네요.

이젠 행복해지세요.
지금에 만족하세요.
제발, 나를 가만히 두세요.


나도 아직 나를 잘은 몰라요.

너무 나를 나무라지 마세요.

나는 지금 행복해요.
지금의 나 만족해요.
제발, 이젠 행복해지세요.

지금에 만족하세요, 제발. 

나를 가만히 두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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