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18. 21:34 호양의/일기

나는 차라리





지극히 우울한 영화 몇 편을 연이어 보고 있는 느낌이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멈춰가고 있는데, 여전히 세상은 똑같은 말들로 시끄럽다. 정작 멈추고 싶은 마음은 끝없이 가라앉기만 한다.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는 터널은 금방 괜찮아질 거라는 생각조차 종잇장 구기듯 구겨버린다. 온통 우울증을 앓고 있는 느낌이다. 누구든 툭 치고 지나가면 벌컥 화가 나거나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숨이 온몸에 달렸다. 웃다가도 한숨, 가만히 있다가도 한숨, 그냥 길을 걷다가도 한숨, 멍하니 뭔가 생각을 하다가도 한숨.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고 했는데,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했는데, 기적이 일어나길 기도한다고 했는데. 이젠 그 단어들을 발음하기도 전에 벌써 마음이 아파온다. 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언제나 예외없이 할 일들이 쌓여있는 건지. 왜 머리가 무거워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 정도로 슬플 땐 언제나 예외없이 하하호호 웃으며 내일의 태양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우리는 왜 슬프고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감정들을 추하다 여겨야 하는가. 기꺼이 아파하고 마음껏 우는 일을 왜 부끄러워 해야 하는가. 힘내, 괜찮아, 나아질거야 라니. 왜 힘을 내야하고, 무엇이 괜찮은 것이며, 어떻게 나아질거란 건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는 지금, 나는 차라리 엉엉 울고 싶다. 누구든 좋으니 함께 주저앉아 실컷 울적하고 싶다. 먹구름 가득 낀 하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마음까지 다 젖도록 서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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