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23. 02:19 호양의/일기

운명





성격이나 적성에 관한 테스트들을 즐겨 한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다시 해본 MBTI 테스트에서 성격이 조금 바뀌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처음엔 우와-하고 신기했다가, 나중에는 아아-그렇구나 했다. 세상 모든 것은 변하고, 그중 사람도 있다. 아무리 변하기 어려운 게 사람이라지만, 수많은 경험과 사고(思考)의 강을 건너며 또 그다지 어렵지 않게 바뀌는 게 사람인 것이다.


옛날에는 감정에 충실했다면, 지금은 먼저 생각이 앞선다. 물론 솔직하고 거침없는 성격은 그대로다. 다만 마음속으로 벌써 결정은 마쳐놓고, 이 말을 혹은 이 행동을 해도 될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던 그런 단순한 삶이 조금은 복잡해진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실 나보다는 남에게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온전히 내 마음의 소리에만 귀 기울이곤 하던 내가, 다른 이를 조금 더 먼저 생각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라고 말하기 전에 '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은 건 아닐까 고민한다. 만약 그렇다면, '아'와 '어' 중간쯤은 어디일지 고민하다 이내 그냥 '어'라고 말해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일까 싶어진다. 그리고 이 과정이 내가 나를 눌러 불행해지는 일이 아니라, 내가 너와 함께 행복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알겠다.


엄마가 얼마 전 내가 당신에 대해 써놓은 글을 보고는 조금 서운하셨는지, '내가 네게 무관심하여 너를 그냥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네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 위해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라는 메모를 책상 위에 남기고는 외출을 하셨다.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쓴 글이 누군가를 상처입힐 수도 있다는 것을 그제야 실감했다. 저녁 늦게 돌아온 엄마에게 당신이 느낀 서운함은 내가 의도했던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내 잘못이라는 말을 전했다. 진심은 쉽게 왜곡되지만, 미움은 오래가지 않기에 엄마는 또 한 번 나를 용서했다.


앞으로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 혹은 사람을 만날 때, 늘 진심으로 임하되 상대를 한번 더 헤아려보는 지혜가 내게 쌓이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적어도 내가 사랑하는 이들에게만큼은 상처가 아닌 사랑을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하는 결정의 순간들이 모여 당신의 운명이 된다'는 사진 속의 문구처럼, 내가 너를 보다 생각함에 따라 우리가 함께 걸을 수 있는 삶이 운명처럼 펼쳐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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